이 논문의 목적은 최승자, 김혜순, 허수경의 시를 중심으로 1980년대 여성시의 특징을 살펴보는 데 있다. 이 논문에서는 1980년대 여성시의 특징으로 폭력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승자, 김혜순, 허수경의 시를 중심으로 이 시인들이 시대의 폭력을 어떤 방식으로 시에 드러내고 여성의 신체를 통해 예민하게 시대의 폭력이 환기하는 절망적 감정을 받아내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사랑이라는 관계의 마주침을 통해 시대의 폭력과 폭력이 야기한 모멸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내었는지 살펴보았다. 최승자, 김혜순, 허수경의 시는 동시대 시인들의 시에 비해 시대의 폭력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하거나 직접적으로 시대의 폭력에 맞서지는 않았지만 여성의 몸을 통해 겪은 감정을 통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대의 폭력을 그려내고 자기를 초과해 타자를 발견하고 사랑과 연대와 애도의 자리로 나아갔다. 1980년대라는 압도적인 시대의 폭력에 온몸으로 부딪치며 상실된 타자를 자기 안에 품어 안는 애도와 사랑의 다층적인 의미를 발명했다는 데서 1980년대 여성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80년대의 시사는 다시 기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