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일제시기에 조선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의 조선 이주 계기와 이들 내선결혼 가정의 친족 네트워크 및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내선결혼의 계기는 남성의 단신 이주였기 때문에, 주로 일본에서 조선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이 결혼했다. 이들이 남편의 본거지인 조선으로 이주한 경우에는 남성 우위의 가족 문화·인식이 바탕에 있었다. 그러나 생활양식을 결정하는 데는 가부장적 가족 문화와 함께 식민지배의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결혼에서는 민족(피지배/지배)과 젠더(남/여)의 권력 관계가 엇갈렸다. 이때 가족 통념에 부응함으로써 조선인 가정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한 일본인 여성은 조선 문화를 선택했다. 반대로 피지배 민족인 조선인 남편이 일본 문화를 택하거나, 일본인 아내가 국가의 이름으로 일본풍 생활양식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젠더보다 민족의 위계가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이처럼 내선결혼에서 조선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는 각각 젠더와 민족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유지했고, 그 결과 생활양식에서도 양쪽을 절충하는 등 다양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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