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兪彥鎬의 부인 悼亡文에서 드러나는 부부의 모습을 주목하고 이를 통해 향후 18세기 가족문화사의 실제 및 변화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다. 유언호(1730~1796)는 부인 閔氏(1729~1786)가 1786년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3~4년 동안 해마다 부인을 애도하는 글을 지었다. 남편이 아내를 애도하는 글은 제문이나 묘지명의 형식으로 쓴 것이 일반적인데 유언호는 「夫人墓誌銘」, 「祭夫人文)」, 「擬告夫人墓文」, 「告夫人墓文」 뿐만 아니라, 「夫人練祭告文」, 「夫人晬日告靈筵文」, 「夫人遺事」 등 죽은 지 1년 뒤에 지내는 제사(練祭)나 생일(晬日)에도 추모하는 글을 지었고 장편의 遺事도 직접 썼다. 그리고 부인이 아끼던 유품을 찾아 수리하여 사당에 올리며 「題夫人舊屛後」를 지어 부인을 애도하였다. 조선시대에 남편이 부인 사후에 이렇게 많은 도망문을 쓴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유언호의 부인 도망문은 우선 주목을 요한다. 또 그의 부인 도망문은 기존의 제문(연제), 묘지명, 유사 등의 형식을 전형적으로 활용했다 하더라도 내용에서는 관습적인 인식의 틀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구체적으로 유언호의 부인 도망문은 18세기 후반 사대부가문의 부부가 처가와 친정을 대하는 태도는 여성을 “17세기 중반 이후 가부장제의 硬化속에 出嫁外人의 자리에 있었다”는 관점으로 단일하게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야 함을 보여준다. 또 유언호 부부가 자녀 양육, 경제 현실, 과거급제, 벼슬살이 등의 일상을 이상과 조화롭게 실천하고자 애를 썼음을 보여준다. 또한 유언호 부부는 몇 차례의 유배를 당한 뒤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실천한다. 유언호의 도망문은 18세기 후반 사대부가문의 부부관계, 가족관계를 좀 더 다양하게 포착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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