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근대 초 피렌체의 고아 소녀를 돕기 위해 문을 열었던 피에타 보호소의 운영주체 변화와 그것이 지닌 의미를 보호소의 연대기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한 형태의 자선기관으로 세워진 피에타 보호소에서는 이를 운영하는 피에타회의 여성 평신도들이 ‘어머니’라고 불리면서 보호소의 소녀들과 유사 모녀 관계를 맺었고, 이에 따라 보호소 내에 대체 가족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트렌토 공의회가 평신도 공동체를 제도화함으로써 고해 신부를 정점으로 하는 종교적 가부장제 질서가 확립되었고, 그 결과 자선 공동체 운영에서 오히려 창립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주체였던 여성 평신도가 배제되기 시작했다. 이는 피에타회 여성들과 보호소 소녀들 사이뿐만 아니라 보호소 내의 소녀들 사이에서 서로 거리감과 위계관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어졌다. 피에타 보호소의 여성 운영진의 명칭에서 ‘어머니’가 사라진 점이 확인시켜주듯이 트렌토 공의회의 종교적 가부장제 질서가 여성 자선기관에 여성들 사이의 유대감 상실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