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한 갚으려 태어난 자식’ 이야기들에 드러난 부모의 특징을 분석하여 자식에 대한 날카로운 경계심 및 과잉된 동일시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것은 이야기에서 젠더적 특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데 작품 속 부모의 역할이나 전승주체의 성별과도 관련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를 대할 때의 고민과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우리 사회가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강요했던 책임과 의무들로 양육자에 대한 억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한 갚으려 태어난 자식’ 중에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부모의 역할에서 탈주하는 이야기도 존재했다. <커서도 어머니 젖 빠는 아들>은 모성을 여성의 본능으로 간주하며 숭고한 어머니의 자비와 희생을 강요했던 ‘모성 억압’의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자식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허용하는 구비설화이다. ‘원수자식’이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그 자연성의 해방구를 탐색할 수 있는데, 이는 문명사회가 허용하지 않는 인간 실존의 원초적 감정들을 노골적으로 그려내면서 우리를 죄의식이라는 지옥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구비설화의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