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작가 문금동의 장편소설 <인정루>에는 가족 이별과 재회가 반복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재회 장면에 등장하는 출세한 남성의 귀환, 수청을 거절하며 정절을 지키는 여성, ‘사랑가’, 암행어사 출두, 부정한 인물 징치 등은 <춘향전>의 인물형상화와 내용을 각색, 변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자식을 둔 가족 테마로 변용하여 남성중심의 봉건적인 가족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대의적 임무수행 능력이 부각되고 있으며, 주인공 옥산에게는 계급타파, 평등사상과 같은 개혁적인 태도가 드러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강제 이주 후 점차 구소련의 사회주의 이념을 따르고자 했던 고려인 희곡 작가들의 고전 수용양상과 그 궤를 함께하는 것이다. 본 논의는 <춘향전>이 고려인 희곡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계승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한국고전과 관련한 고려인 문학 연구의 장르 폭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