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김인향전」에 나타난 원근(遠近) 구도의 공간 배치와 문학적 기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인향당은 형제간의 분리와 감금, 기아(飢餓)와 육체적 노동, 통정과 수태란 흉문 속에서 주인공을 자살로 이끄는 중심 공간이다. 인향당을 정점으로 가장 근거리에 배치된 김좌수의 처소는 가부장의 체면 때문에 여식을 살해하는 반인륜적 공간이다. 인향이 온전히 부활하는 유한림의 처소는 유교적 통념이 국가와 사회의 기틀로 여전히 건재한다는 사실을 투사해 내는 공간이다. 인향당에서 근거리에 배치된 공간들은 기존의 관습과 이념이 정태성을 띠고 존재한다. 인향당에서 원거리에 배치된 목화밭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원초적인 본능의 인물들을 동태적으로 투사해 낸다. 동헌은 ‘소문’이라는 방식을 통해 비밀스러운 사건을 대중이 공유하도록 확산시키는 동태적 공간이다. 심천동은 서사 주체의 자살과 부활, 복수를 담은 동태적 공간이다. 인향당에서 원거리에 배치된 공간들은 기존의 관습적이고도 전형적인 등장인물의 사고행위와 사건 전개에 역동성을 가미한 동태성을 선사한다. 「김인향전」에 나타난 원근 구도의 공간 배치는 정태성과 동태성의 공간 양상을 축조했다. 이 공간 양상은 이념의 보수와 해체가 혼재하던 당대 사회상을 복제해 내는 문학적 기능을 한다. 나아가 살해와 자살 같은 참극에서 출발한 공포담을 수용하는 가운데 균등한 삶에 대한 대리만족을 추구하고자 했던 당대인의 심리를 투영하는 문학적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