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나타난 증상 연구 -증환으로서의 글쓰기-
이 논문은 작품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낸 허영주의 정신분석적 관점과 궤를 달리하여 보편적이지 않은 증상을 가진 구보가 주변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전략으로서의 증환에 초점을맞추었다. 라깡이 제임스 조이스에게 글쓰기가 아일랜드라는 아버지를 거부한 것에 대한 속죄거나 에피퍼니의 구현이었다고 보는 것과 같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소설가 ‘구보’라는 문제적 주체가 보편적 삶을 영위하게 하는 주이상스가 함유된 증상으로서의 증환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구보의 공상, 환상의 추이를 살펴볼 것이다. 사변적 성격, 공상과 환상, 그리고 작가라는 작중 인물의 직업은 분석 이전부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기타 여러 단서들을 통해서 문제적 주체의 증상을 도출해내고 작품 내외의 정보를 이용하여 증상의 원인을 추리하고자 한다. 최인훈의 장편소설들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의 체험이나 이데올로기적 사유, 가치관과 사회상에 이르기까지 화자 또는 화소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작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전작들의 일부 내용을 검토해야할 필요도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과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최인훈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타나고 있는 공상과 환상이라는 증상을 살펴볼 것이며 나아가 구보의 공상과 환상의 기록적 성격을 띠는 글쓰기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