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전통(儒家傳統)과 유가정치사상(儒家政治思想)은 한국정치 후진성의 원인으로 줄곧 지목된다. 이 통념에서 주로 지적되는 폐단은 유가적 정치원리가 가족적 질서를 국가 영역으로 확대⋅적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공 영역 확립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위 “유교 가족주의”의 폐단이다. 본고는이 폐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 사상 내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그 문제점이 파벌과 권위주의의 중첩에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유교 가족주의의 이중성”이라고 편의상 명명한다. 본고가 주목하는 요인은 유가정치사상의특징 중 하나인 “의제(擬制)적 확대”이다. 이 기제가 유가전통의 두 중핵인 인(仁)과 의(義)에 연관되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파벌과 권위주의의유교 내적 원인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 폐단을 극복할수 있는 가능성이 유가정치사상에 이미 내재하는지, 그리고 만일 내재한다면어떤 한계를 노정하는지도 또한 고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