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가족을 호혜적으로 보고 교환은 폭력적으로 보는 이분법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김유정의 소설 속에는 단출한 형태의 부부 단위의 가족이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도박이나 사기, 도둑질,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본 연구는 토지로부터 떨어져나간 농민들의 일탈 행위가 식민지 자본가의 착취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고 보았으나 일탈 과정에서 보이는 또 다른 착취 양상에 주목했다. 바로 가부장제에서 남성 가장이 성(젠더) 위계와 연령 위계에 따라 가족 성원을 착취하는 양상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가부장 가족제도 내에서의 증여자의 권력이 시장 교환의 폭력성과 어떻게 결탁하고 경합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본 연구는 주로 여성 소외 노동의 극단화된 형태인 성매매와 인신매매에 주목했고 직업적인 성노동을 통해 착취 구조가 형성된 들병이 부부의 생활을 다루었다. 이를 통해 아내의 성노동을 착취하는 남편이 지닌 가부장 자본가로서의 면모와 아내의 해방 가능성을 함께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