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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미발표 장편 자전소설 연구 - 식민지 근대의 기억과 자기재현의 양상

저자
김경연
서지
한국문학회, 한국문학논총 77
발간일
2017
조회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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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한의 자전소설을 발굴하고, 식민지 근대를 기억/기록한 요산의 자기재현 서사가 지닌 특징적 양상을 독해하였다. 2008년 요산기념사업회에 의해 발굴된 김정한의 자전소설은 ‘오실부락’. ‘낙동강’, ‘마르지 않는 강’ 등 복수의 표제로 되어 있으며, 이 중 『마르지 않은 강』이 1928년부터 1945년 해방 직후까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고, 미완으로 끝나기는 했으나 분량 상으로도 『오실부락』, 『낙동강』과 비교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구상한 자전소설의 최종적인 귀결로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김정한 자전소설의 전모(全貌)를 살폈는데, 『오실부락』, 『낙동강』, 『마르지 않은 강』이 모두 1928년 봄 ‘분옥’의 우귀신행으로부터 시작되며 요산의 유년기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 부재하는 아들/청년 대신 아버지/노인과 며느리/여성이 집과 고향을 지키고 노동과 생활의 주체가 되는 요산문학의 특성이 발견된다는 점, 아울러 모두 미완으로 끝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자전소설의 구체적 독해를 통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현의 전략을 간취할 수 있었다. 첫째, 요산 자신을 형상화한 ‘일철’과 더불어 아내 조분금을 모델로 한 ‘분옥’이라는 여성인물을 통해 식민지 근대를 기억/재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이나 구여성 등 전근대적인 타자로 배제된 자들을 비근대적인 주체로 달리 발견해온 요산문학의 특성이 투사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측면에서 자전소설은 「수라도」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자전소설의 분옥이나 분옥의 할머니가 「수라도」의 ‘분이’나 ‘가야부인’을 직접 환기할 뿐만 아니라, 민중성을 체현해가며 집안을 지지하는 며느리이자 어머니로 이행해가는 여성성장서사의 형식을 두 소설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이 역시 분명한데, 「수라도」의 가야부인이 역사의 변화와 합류하고 가부장제와 협상하는 능동적 주체로 표상된 데 비해, 자전소설의 분옥은 역사와 연루되기보다 여성의 수난을 부각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구여성의 전형적 형상을 끝내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식민지 후반기 역사적 기억의 주체로 일철을 발탁하기는 하지만, 자전적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철(요산)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이는 개인보다 가족에 투사된 민족의 수난을 기록하려는 작가의 구상이 관철된 것일 수 있으나, 지식인보다는 농민/민중의 토착적 현실을 탐사해온 요산문학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한편 요산이 투영된 일철은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반항하는 불온한 지식인으로 재현되며, 일철을 통해 구성되는 식민체험은 불령선인의 지난한 저항서사로 균질하게 기록된다. 일본인 되기를 욕망한 친일파만이 아니라 식민화의 기율을 일상과 신체에 은연중에 내면화해 가는 내선인(內鮮人)을 주조하는 것이 식민주의의 실체라면, 이처럼 균열을 삭제하고 수난과 저항으로 일관된 요산의 균질적 서사는 식민주의의 이 위험한 실질이 역설적으로 투사된 텍스트이며, 식민주의의 공포를 공백으로 기입한 식민지 근대 체험의 적나라한 기록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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