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요슈 万葉集』에는 천황을 비롯하여 귀족, 하급관리, 농민, 유녀 등 다양한 계층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노래는 주로 고대인의 사랑과 자연에 대한 동경, 그리고 인생의 애환을 소박한 언어로 표현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사키모리 노래 防人歌’가 있다. 8세기 무렵 야마토 大和 조정은 당나라와 신라의 침략에 대비하여 전방을 지키는 병사인 ‘사키모리 防人’를 징발하였다. 이들은 관동(關東) 지방에서 징용되어 쓰시마 対馬와 이키 壱岐 등 규슈 九州 지방 북부로 파견되어 3년여에 걸쳐 복무했다. 이들 사키모리가 고향을 떠나며 겪는 상실감과, 사키모리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비절함을 담은 노래가 사키모리 노래다. 사키모리 노래는 국가의 명령을 받아 징집된 개인과 그들 가족의 상실감을 리얼하게 담고 있다. 본 연구는 중앙 귀족들의 정서를 내포하면서도 각 지역의 색다른 언어와 서정으로 점철된 사키모리 노래에 내재된 슬픔의 요체에 관한 고찰이다. 사키모리 노래의 본질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국가 권력과 관련된 공적인 성격과 소몬 相聞적 성향, 그리고 객지에서의 서정을 담은 잡가(雜歌)의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 가운데 본고에서는 사키모리 노래가 지닌 본질적인 슬픔의 요체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만가(挽歌)적 요소를 파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