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설 『장화홍련전』은 20세기에서도 소설과 영화의 형태로 개작되어 대중들에게 수용되어 왔다. 고소설 『장화홍련전』은 모성과 자매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근대 이후에 가족의 개념이 재구성된 상황에서도 활발하게 재생산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특히 여성 수용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텍스트였다. 1930년대 근대 작가인 이선희와 임옥인은 고소설 『장화홍련전』의 근대 독자로서 『장화홍련전』을 계모의 시선에서 재구성, 해체하는 다시쓰기를 시도한다. 이선희의 「연지」(1938)와 임옥인의 「후처기」(1940)는 신여성 출신 계모의 시선에서, 여성에게 강요된 모성과 가정 내 약자였던 여성의 자의식을 탐색하는 소설이었다. 근대 여성작가들이 고소설 『장화홍련전』에 대한 일종의 해체적 읽기를 시도했다면 1972년 영화 <장화홍련전>은 고소설『장화홍련전』에 내재되어 있는 악녀의 처벌이라는 기본적인 스토리를 유지하면서도 여성적 소통방식과 자매애 그리고 상속에 대한 여성의 권리 등을 더욱 확대 부각시켰다. 이렇듯 고소설 『장화홍련전』이 20세기적 이본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장화홍련전』이 모성과 자매애와 같은, 근대 가족 제도 안에서 보다 문제시 되었던 친밀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이러한 주제가 근대의 독자들에게 『장화홍련전』의 20세기적 개작의 욕구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