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성’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라는 두 예술 이념을 가로지르는 개념으로, 문학의 급진성과 정치성을 복원시키는 개념이다. 문학에서의 전위적 정치성은 어떤 급진적인 입장을 ‘그대로’ 발설한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전위성은 일상을 구성하는 언어와 일상적 경험을 재료로 삼으면서도 이 재료를 근대성의 전복을 위해 재구성하는 실험 작업을 통해 가능하다. 아방가르드는 이러한 실험 작업을 통해 일상성 비판이라는 정치적인 성격을 획득했다. 본 연구는 1930년대 한국의 아방가르드시가 이러한 ‘정치성’에 가까이 접근했다고 보았다. 이상의 시는 근대 소비문화, 근대적 시간, 근대 가족, 근대 도시의 거리와 방, 근대 과학, 식민성 등, 우리의 근대적 일상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들이댔다. 그의 시에서 도시적 일상은 낯익은 것이 아니라 섬뜩한 것으로 전도되어 나타나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 일상 속의 전도된 삶이 충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오장환의 장시 「전쟁」과 「수부」는 해사적 글쓰기를 통해 근대의 혼란스러운 경험을 시에 수용하면서 나아가 근대성-더 구체적으론 1930년대 군국주의 및 자본주의 세계-을 비판, 풍자했다. 1940년부터 만주국 도시 특유의 식민지 근대에서의 체험을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으로 드러낸 ‘시현실 동인’은, 당시 반식민지 만주의 도시에 내장된 분열과 모순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를 ‘절연의 논리’를 통해 폭로하고 불온하게 전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