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2015년 이후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비혼선언이라는 사회, 문화적 현상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비혼은 아직 미(未) 자에 혼인 혼(婚)자의 미혼이라는 단어의 함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 혼은 모든 이들이 거쳐 가야 할 인간의 통과의례로 결혼을 상정하고 이를 정상 화 경로의 축이자 필연성의 구조로 전제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닐 비(非)자에 결혼 혼(婚)자를 조합한 비혼이라는 개념은 결혼제도의 필연성을 반 박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비혼은 선언의 대상이자 대항실천이며 페미니즘 담론의 주요 키워드이자 대안적 제도의 변환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 담론, 제도의 축을 새로이 구성하고 있는 비혼에 대한 미래적 용 법의 창안이야말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비혼의 현실을 제한하고 있는 여러 규 범적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해체, 변환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 혼은 기존의 위계적 젠더 분할체제와 이성애 규범성의 가족주의가 생산하는 순 응적 몸이 아닌 다른 미래적 몸을 생산해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새로운 생애주기의 발명이며 퀴어 시민성의 연대방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 혼 선언은 기존의 인간다움이 구성되는 방식이었던 친족 구조와 친밀성의 양식, 섹슈얼리티, 성별 노동 분업의 양태 등을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