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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시에 나타난 ‘자기-존재’의 이해 과정

저자
박군석
서지
한국문학회, 한국문학논총 74
발간일
2016
조회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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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품은 시적 주체의 발화이다. 독자는 창작될 당시 시인의 실존적 상황과 전체 작품의 문맥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발화 행위를 이끌어가는 시적 주체를 재구성해볼 수 있다. 이상은 당대 교육제도가 부여한 교과과정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총독부 건축 기사로 취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성공은 시인이 19세기 전통 문화와 20세기 근대 문화가 혼재한 시대의 불확실성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막연하게 제시되는 당대 상징 체계의 지향성을 무서운 치열함으로 추구해온 결과였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노력으로 성취한 사회적 입지는 폐결핵 진단으로 인해 무너지고 만다. 초기시에서 이상의 시적 주체는 의식 지평을 이루는 상징 체계 아래 무엇인가가 상실되어있는 결핍의 공백을 발견하고 있다. 이상의 시에 나타난 숫자, 과학용어, 기호, 외국어 등은 건축가이며 근대 지식인인 이상이 일상에서 의사소통의 매개로 삼고 있던 상징 체계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이상의 초기시에서 ‘나’는 ‘사유하는 주체’로서 일상의 질서가 무너지는 내면에서 결핍의 공백 가운데 숨겨진 자기-존재가 있음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이상은 시창작을 통해 내면의 불확실성에 휩싸인 자기-존재에 대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상은 외부로 향했던 합리적 시선을 내면의 의식 현상으로 전환하여 자기-존재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간다. 「오감도」 연작시는 이상이 폐결핵의 악화로 총독부 건축 기사를 그만두었던 시점에 창작되었고, 자기-존재를 규명하려는 지적 실험을 담고 있다. 시인은 사회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나자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일상적 주체가 해체되면서 막연한 곳으로부터 다가오는 불안을 대면한다. 그리고 시인은 그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자기 실험을 감행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내면의 불안을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시인이 생을 마감하기 얼마 전에 쓴 시 「역단(易斷)-화로」와 「위독(危篤)-문벌」에서 보면, 시인은 자기 내면에 은폐되어 있었던 무의식을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상징으로 대면한다. 그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한 생명의 온기가 상징 체계 아래 은폐된 자기 육체에 상존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였으며, ‘남루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진정한 삶의 준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으스스한 불안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목소리 앞에 자신을 세우고 자기 존재의 근거를 인수한다. 근원적으로 ‘나’의 존재가 가족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형성·지속되고 있는 ‘실재 지점’을 대면한 것이다. 이상은 상징 체계의 호명에 의해 수동적 주체가 구성되는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나아가 스스로 말미암아 주체를 내세우는 궁극적인 자기-주체의 토대를 구축해 나간다. 이상은 폐결핵 진단과 함께 주어진 시한부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으며, 사랑이 결핍된 아해(兒孩)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주체를 정립해가는 시작품을 통해 여러 세대의 독자들에게 자기-존재를 이해하는 길로 인도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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