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감정 철학과 서사이론의 관점에서 가족관계의 구조와 의미를 설명하는 데에 있다. 먼저, 필자는 가족 또는 가족관계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언어를 가족언어로 부르고, 가족언어의 의미작용을 지시사(indexical) 의미론에 의거하여 설명한다. 지시사의 의미가 지시사가 사용되는 맥락과 사용하는 주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듯이, 가족언어도 주체가 누구를 자신의 가족으로 지칭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 뿐만 아니라, 주체가 누구를 자신의 가족으로 지칭하는가는 주체가 특정 인물에 대해 편애적 감정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기획에 있어서 그 인물과의 관계가 대체불가능한 선으로서 인식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관계와 그 관계가 포함하는 주체의 편애적 감정은 주체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의 근간이 된다. 즉 가족관계는 주체의 감정을 구성 요소로 갖는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은 일시적인 현상적 감정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주체가 갖는 성향적 감정으로서, 기억에 의해 현재화되는 감정 서사의 양태로 경험되고 주체의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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