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주거공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이 도외시 된 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경도되는 주거공간은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우리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폐기하였던 전통사상과 전통적 주거공간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추적해 보았다. 연구 결과, 유교적 주거공간 인식은 주거공간이 가족구성원의 공동생활의 장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었으며, 무속신앙에 입각한 주거공간 인식은 생활공간의 신성화를 통해 재앙을 방지하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거주자 자신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높이는 결과도 수반하고 있었다. 풍수사상에 입각한 주거공간 인식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고 있었다. 한편 불교는 주거공간 속에서 종교적 이상사회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급속한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주거공간에 대한 다양한 인식은 향후 우리의 주거공간이 담아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물론 그러한 인식과 가치들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택 문제에 실질적인 해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 문제는 지금처럼 공급 위주의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 사회문화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로소 개선의 여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인의 합일과 이상향의 구현을 통해 거주자의 웰빙을 추구하는 동아시아 전통사상의 주거공간 인식은 오늘날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