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동양사상의 주된 영역인 화엄불교사상과 가족치료의 만남을 통하여 가족치료가 보다 성숙한 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가족치료는 20세기 중반에 서구에서 형성되어 후반에 와서야 꽃피우게 된 학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치료의 바탕이 되는 체계론적 사고를 오래 전부터 생활 속에서 호흡하고,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체험적으로 익숙하게 느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천 수 백 년 동안 우리 문화와 정서에 영향을 미쳐온 화엄사상을 통해서이다.
화엄사상에 함축된 가족치료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화엄법계연기사상과 가족치료의 체계론적 관점은 매우 유사하다. 십현문과 육상원융의 상즉상입은 가족체계를 유지하는 인공두뇌와 피드백의 원리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육상은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의 조화로운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어 기능적인 가족을 설명해주는 지침이 되고 있다. 둘째, 화엄의 보살정신은 가족치료자의 진정한 자질과 치료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보살은 치료자의 모델이 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살의 서원은 치료자가 본받아야할 구도적 자세이다. 사섭법과 십바라밀은 치료 방법과 치료과정에 적용될 수 있다. 화엄의 보살정신은 성장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정신인 것이다. 셋째, 화엄의 선지식을 통하여 치료자의 올바른 태도를 배울 수 있다.
화엄사상은 내담자와 치료자, 치료와 깨달음으로 향하는 성장을 분리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의 깨달음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집단적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화엄사상의 가족치료적 함의는 매우 크고 의미 있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