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사랑이 뭐길래』는 대단한 인기를 끈 가정드라마이다. 구도를 명확하게 처리하고 개성적인 인물을 배치하여 드라마는 극적 재미를 높였다. 이질적인 두 집안을 배경으로 대발과 지은의 결혼과 문화교류를 통해 세대 간의 극복과 화합을 그려낸다.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한 박이사 집안과 남성위주의 권위적인 이사장 집안을 중심으로 세대와 계층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치관 혼란과 극복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두 집안은 각기 나름대로의 질서로 집안을 유지하지만 결국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변모해간다. 가족의 의미 역시 어느 한 편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을 고루 그려내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결혼관이다.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제목인 『사랑이 뭐길래』는 바로 이렇게 모든 것을 덮어 버리고 만드는 힘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일관되게 표현되지 못한 점과 재미에 치중하여 모순을 감싸고 긍정적인 시선만으로 가족을 그려냄으로써 드라마의 가치지향이 보이지 않는 약점을 노출시킨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가족이란 일방적인 희생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작가의 시선은 모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존재들로 가족 구성원을 만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