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재산상속의 갈등 양상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 태조-성종간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사례를 중심으로
본고는 15세기 조선 초 태조~성종간의 재산상속을 둘러싼 조선왕조실록의 사례들을 정밀히 분석함으로서 문제의 출발과 해결방식, 여기에 작용하는 사회적 압력의 특성과 그 사회학적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다. 조선 초기 재산상속은 상속인이건 피상속인, 또는 소송 당사자이건 여성이 그 중심에 있고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갈등을 수반한다. 구체적으로 그 갈등에는 여성의 재산상속이 국법과 마찰을 빚는 것과 여성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후자는 다시 전실후실간의 갈등, 외가친가의 갈등, 양자의 문제, 처첩 집안간의 갈등으로 세분된다. 이에 대한 조정 대신들의 논의에는 현실과 이념, 상속권과 도덕성, 혈연과 제사 상속권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이것은 15세기 조선 초의 재산 상속 문제가 갈등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거니와, 특히 이 갈등이 여성을 중심 획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젠더 불평등 양상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이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의 수준이 여성의 재산 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친족체계와 함수관계가 있고, 여기서 특히 여성에게 재산상속을 허용하는 상속규칙이 가장 우선적인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확실히 조선 초기 여성의 경제권력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상속규칙이나 친족체계를 통해 획득된 여성의 재산을 국가가 이념과 도덕성, 친족체계의 변화를 통해 다시 제한하고 박탈하는 교묘한 강제수단을 동원한 것은 15세기가 젠더 불평등으로 인한 계충화가 진행되었던 시기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