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법철학』에서 여성적 자매애와 사회적 우애의 관계 - 여성의 가족애와 남성의 직업단체적 배려를 통해
대사회의 빈곤과 혼란은 새로운 시대 이념을 요구한다. 근대 이래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은 시대이념으로 작용해 왔고, 세계역사는 자유를 확장시키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대안이념은 우애, 가족애이다. 그런데 우애는 헤겔 『법철학』에 나타나는 인륜성의 전개 과정을 통해 볼 때 ‘자매애’라 할 수 있다. 자매애는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일찍부터 강조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헤겔의 논의를 빌어 새로운 시대 이념을 여성성, 여성적 특징으로, 더 나아가 여성성을 여성적 가치를 넘어서는 보편성, 보편적 특징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자매애는 인륜성의 즉자적 실체성을 지니는 ‘가족’에서 나타난다. 헤겔에게 가족의 실체적 본질은 여성, 여성적인 것이며 자매애에서 특징이 잘 드러난다. 가족의 본질은 자매애로 드러나는 가족애이다. 그런데 가족이 해체되면서, 즉 가족의 인륜성이 해체되면서 시민사회로 이행하는데, 시민사회에서 해체된 인륜성을 재건하는 장치는 ‘경찰행정’과 ‘직업단체’이다. 이것들이 인륜성을 재건하는 측면은 ‘배려’이다. 직업단체 구성원들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일종의 가족과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직업단체는 가족의 본질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인륜적인 것을 회복하며, 인륜적인 것의 회복은 배려를 가족애로 발휘하는 것이고, 직업단체를 제2의 가족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륜성 회복은 가족애를 정착시키는 것이고, 가족애는 결국 제 1의 가족이 지닌 자매애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사회적 우애, 사회적 가족애이다.
헤겔에게서 인륜성의 전개와 회복은 가족애로서 자매애의 확장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볼 때 여성성은 단순히 여성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 성격을 지닐 수 있는 여지를 보유하며, 현대사회의 시대 이념인 우애를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