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사랑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사랑은 플라톤의 에로스에서 오늘날의 에로티시즘에 이르기까지 넓은 외연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관은 다소 일관성이 있으며, 결혼과 가족의 본질 또한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사랑은 성적 결합 욕구를 동반하며 그로 인한 2세 생산이 목적이라는 성애론이 보편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성적 결합에는 쾌락이 동반되므로 때론 쾌락 추구가 성애의 요소로 강조되기도 하고, 때론 자유로운 의지와 주관적 감성적 애정을 지넌 사람들의 우연한 결합 행위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결혼이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측면보다는 이해 관계에 따른 계약 행위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그런 측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주장들은 성적 관계 내지 자연적 감정과 자연적 욕구를 사랑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헤겔은 자연적 감정과 자연적 욕구를 통한 사랑 이해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헤겔이 자연적 감정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적 감정만으로 사랑을 포괄할 수는 없다. 헤겔은 자연적 감정을 인륜성의 계기로 간주하지만, 자연적 감정을 지양하고서 인격적 존재간에 이루는 ‘정신적 연대’를 성애의 핵심으로 본다.
정신적 연대는 사랑하는 두 인격의 통일의식이다. 두 인격의 독자성을 지양하고서 하나의 인격에 도달하는 것 그래서 양자가 정신의 자기 감정적 통일에 이름으로써 실체적 자기 의식을 획득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두 인격의 통일과 실체적 자기 의식 획득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연대는, 헤겔이 지향하는 ‘인륜적 사랑’이다. 인륜적 사랑은 결혼을 통해 이루어지며 인륜성, ‘인륜적 정신’으로 전개된다. 인륜적 정신은 자연적 감정과 대비되는 ‘인륜적 감정’이다.
결혼을 통해 양자가 성적 결합과 정신적 연대를 이룸으로써 실체적 자기 의식이라는 인륜적 정신에 도달하며, 이러한 인륜적 정신의 즉 자적 상태가 가족이다. 그러므로 헤겔 성애론은 사랑 • 결혼 · 가족이라는 삼원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삼원성을 가능케 하는 두 축인 자연적 감정과 인륜적 감정이 가족 속에서 통일을 이루며, 인륜적 감정을 통해 헤겔과 헤겔 이전 철학자들 간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헤겔 성애론의 독특성은 삼원성을 뒷받침하는 인륜적 감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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