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추월전>의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 탐구와 가족 상봉 및 가족 화합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보여준다. 이운학은 부모를 습격한 도적의 딸과 결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가족 상봉과 가족 화합을 주도해나간다. 그런데 어소저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지만 작품의 후반부에서 원혼을 풀어주는 대목이 첨가되어 있다. 이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기구한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조선시대 유교 윤리를 걷어내면 그 속에 작동하는 주인공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운학과 어소저는 부모세대와 달리 능동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유교 윤리를 수용하고 있다. 이운학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사신으로 발탁되어 황성에 들어갔을 때에도 윤리적 태도를 뚜렷이 보여준다. 이런 점은 부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유교적 윤리로 애원하는 어소저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어소저는 위기에 처한 시부모와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 충효열을 실천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후기 <강릉추월전>에는 가족의 상봉과 화합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가부장적 욕망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강릉추월전>에는 남성 주인공 이운학보다 여성 주인공 어소저에 대한 욕망이 더욱 풍부한 실정이다. 이운학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이별한 가족을 상봉하는 능동적인 활약을 보여준다. 그는 철저한 유교 윤리에 포섭되어 운명적인 삶을 극복해나갈 뿐이다. 반면에 어소저는 생사를 초월하여 유교의 충효열을 실천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다양한 포상을 받는다. 그럼에도 어소저는 사후의 포상이나 추증보다 이운학의 아내로 살고 싶은 여성의 결혼 욕망을 뚜렷이 보여준다. <강릉추월전>은 국가 차원의 유교 윤리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운학의 아내로 살고 싶은 어소저의 현실주의적 가족 욕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릉추월전>의 주인공은 유교 윤리적 규범을 만족시키면서도 그 속에 꿈틀대는 여성적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욕망은 남성 주인공보다 여성 주인공에게서 풍부하게 나타난다. 주인공 이운학은 기구한 운명적 삶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여 이별한 가족의 상봉과 화합을 이룩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여성 주인공은 서사 전개과정에서 수동적이지만 개인적 욕망이나 가족적 욕망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렇게 <강릉추월전>은 여성 주인공의 충효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윤리적 포상과 더불어 부부 간의 애정을 지속하고 싶은 현실주의적 가족 욕망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