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신천 강씨에 의해 작성된 편지글을 대상으로 삼아 16세기를 살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밝히고자 한 논의이다. 신천 강씨의 자의식을 살며보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가 한 가족의 성원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가족관계 사이에서 발생된 감정을 어떠한 방식으로 적절히 토로했는지 살펴보고자했다. 따라서 강씨가 가족공동체 내에서 차지할 수 있었던 달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입장에서 조명하였다.
신천 강씨는 발랄하면서도 넉넉한 안주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의기소침한 모습까지 보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친정의 부침에 따라 그녀의 언행이 변하고 있다는점이다. 강씨는 친정과 유대감을 끊임없이 형성하면서 친정을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힘으로 인식한다. 친정에 대한 강씨의 인식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강씨를강씨답게 하는 요인은 바로 친정이었던 것이다.
한편, 신천 강씨는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자식들에게서 확인 받고 싶어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자식들로부터 봉양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자식들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자녀툴 통해 자신의 존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 받고 싶었던 것이다. 끝으로 신천 강씨는 아내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다. 부부가 젊었을 때 한 약속과 믿음은 나이가 들더라도 상황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강씨의 생각이다.더불어 벼슬이 없더라도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씨는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부부관계에 대한 강씨의 의식이었다.이와 같은 신천 강씨의 모습이 어느 시대라도 혼히 발견할 수 있는 여성들의 자의식이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리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실은 신천 강씨가 자신의존재에 대해 직접적으로 편지글이라는 서사체를 통해 자기를 드러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