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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소설에 나타난 여성성 : 양파껍질 벗기기

저자
나은진
서지
한국여성문학학회, 여성문학연구 6
발간일
2001
조회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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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은 자의식이 넘치는 소설이라 규정되어져 왔다. 그러나 그의 자의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소설 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타자와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이 타자들은 비 혈연관계로 맺어진 일대일의 성적 대상자로서의 여성들이다. 남성성은 이상 본인이 텍스트에 드러나는 방식을 통해 구현되며, 여성성은 이상의 여성편력과 관계되어 소설에 형상화된 각 인물들을 통해 나타난다. 이상 소설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각각 인물의 외모에 대한 묘사와 상징, 그리고 당대 성담론이 담고 있는 전통적 가치관과의 갈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뚜렷해진다. 여성이 머리를 ‘단발’로 자르는 것과 남성이 ‘수염깎기’하는 것은 정반대의 의미이며, 여성은 머리를 자름으로써 힘을 얻고 남성은 힘을 빼앗긴다. 이상과 그의 여성의 성역할은 언제나 기존 담론으로부터 뒤집혀진 상태로 나타난다. 그런 상태에서 여성의 정조 지키기는 가족부양과 맞바꿔질 수 있었다. 타자로서의 여성성과 이상 자신이 그려내는 남성성은 각각 식물적 상상력과 동물적 상상력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또한 시간성과 공간성을 통해서도 파악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만남은 무화된 ‘시간’으로부터 개별화된 ‘세월’로의 전이과정이다. 또 여성성의 공간이 화려하면서도 가변적이고 변화무쌍하며 수시로 걸치고 돌아다니는 ‘옷’이라면 남성성의 공간은 음침하게 정체되어 있는, 폐쇄된 ‘방’인 것이다. 양성 공간의 대립은 ‘옷’과 ‘방’으로써 확인된다. 이상의 피해의식은 자신 또한 여성에게 있어서 수시로 입었다. 벗었다 갈아입을 수 있는 수많은 옷처럼 임의적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시작된다. 남성성의 상징물인 ‘방’은 하나뿐이고 움직일 수 없는 정형화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상에게 있어서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갈등과 이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성의 공간성이 유동적인 옷으로 규정되었던 것처럼, 여성의 성적 정체성은 ‘양파’로 규정될 수 있다. 남성들이 기대하는 알맹이가 없는 존재, 벗겨도 벗겨도 껍질밖에 없는, 껍질 그 자체가 양파의 본질이다. 양파야말로 이상 소설에 나타난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의 상징인 것이다. 남성적 섹슈얼리티로서 똑바로 걸을 수 없는 ‘절름발이’의 인생은 상징계적인 도덕성이 남성위주의 가부장제로서 억압할 수 없는 여성성을 만났을 때로 규정된다. 여성과 남성의 끝없는 경합을 통해 자기 우월감을 확보하려는 의식을 버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지닌 속성을 ‘양파’와 ‘소수’(素數)라 받아들일 때, 이상은 자기 존재에 대한 규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걸맞게 남성성 또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선택하는데, 이상은 그것을 절름발이의 인생이자, 자기 정체성을 지워버린 형해의 흔적이라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날개를 얻는다. 전통적 가치관의 질서의식이 부여하는 억압으로부터의 일탈, 그것은 이상소설이 보여주는 양성구유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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