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인물들의 상호관계를 다룬다. 인물들의 관계에는 가족관계도 있고 가족 밖의 관계도 있다. 그 둘 가운데 가족관계가 일차적이고, 가족 밖의 사회적인 관계는 이차적이다. 일차적인 관계와 이차적인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가족소설이 사회소설이고 사회소설이 가족소설이다. 그 점에서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은 차이가 있다. 고전소설은 일차적인 관계에 큰 비중을 두어 가족소설의 성격을 많이 지니고, 현대소설은 이차적인 관계를 한층 중요시해서 사회소설 쪽으로 나아간다. 사회가 달라지면서 소설도 변했다. 고전소설이 이루어진 전통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족의 유대 속에서 생활하고, 사회활동도 자기 가족의 대외적인 특성인 가문에 부여되는 지위나 기회에 따라서 했다. 가족관계가 윤리나 질서의 근본이라고 여겼다. 국가는 가족의 확대판이라고 생각했다. 근대 이후에는 개인이 가족을 떠나서 자기 나름대로 전개하는 활동이 크게 확대되고 긴요한 관심사로 등장했다.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주체성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를 사회라고 하게 되었다. 가족윤리와는 별도로 추구하는 사회정의가 새로운 가치관의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