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중세 말 영국 세인트올번(St Albans) 수도원령 바넷(Barnet) 장원에서의 민중들의 삶과 그들과 영주와의 관계변화를 당시의 영국사회의 사회경제적 변화의 맥락속에서 살펴본다. 연구는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친 시기의 바넷 장원의 법정문서집(Barnet Court Book)에 대한 상세한 조사, 분석에 기초하고 있으며 세인트올번 수도원의 연대기들, 당시 왕실의 여러 가지 행정, 사법문서들 또한 중요한 자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중세민중들의 삶이 기초하고 있던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조건들이 어떠했던가를 살펴본다. 또한 영주와 농민간의 갈등이 당시의 사회적 변화, 특히 영주와 농민간의 봉건적 관계의 변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는 본 연구의 중요한 주제이다. 바넷의 경제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제 1장에서는, 지리적 조건, 거주지의 기원, 지방경제의 특성, 경제적 발전과정 등을 알아본다. 또한 도시적 성격을 지녔던 치핑 바넷(Chipping Barnet)과 농업에 기반을 두었던 이스트 바넷(East Barnet)의 경제적 구조의 차이를 규명하고, 이러한 경제적 특성이 주민들과 영주와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조명한다. 제 2장은 장원주민들에 대한 인구학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구규모와 인구변화의 장기적 동향 그리고 흑사병으로 대표되는 질병 및 사회적, 경제적 상황들이 인구변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장원법정문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신원을 밝히고, 그들의 가족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제 3장은 주민 개개인과 그들의 가족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조사 분석함으로써 바넷 주민들의 사회적 구성과 그 변화를 알아본다. 또한 중세말 영국의 사회경제적 변화와의 관련성 속에서 농민층 내부의 분화과정을 살펴본다. 제 4장은 영주의 장원경제경영에 있어서의 정책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그러한 변화의 동인, 농민들의 삶에 끼친 영향 등을 조사한다. 제 5장에서는 주민들의 재산보유관계, 장원내 토지거래시장의 성격과 변화, 상속관습, 재산양도방식의 변화, 가족관계, 여성의 재산권, 부의 분배양식과 관련된 농민층의 사회적 분화 등의 주제들이 고려된다. 제 6장에서는 영주와 농민간의 사회적 갈등의 특성, 양태, 그 영향을 살펴본다. 특히 영주의 억압과 요구에 대한 농민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의 저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와 정도로 표현되던 그러한 갈등들이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들과 어떠한 관련성 속에서 나타나는가 조명한다. 또한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다른 집단들이 영주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 살펴본다. 제 7장은 1381년 농민 반란에서의 바넷의 역할 및 그 성격을 규명하고, 이러한 대규모 폭력적 저항이 사건 전후의 상황들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나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 8장에서는 본 연구를 통하여 처음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1417년 바넷 반란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중세사회의 내재적 요소로서의 사회적 갈등을 확인한다. 이상의 연구를 통하여 살펴본 바넷의 역사는 사회적 갈등이란 중세봉건사회의 내재적 특징의 한 부분이었으며, 만약 인구변동과 경제적 상황이 보다 자유로운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객관적 조건을 제공하였다면 이러한 사회발전을 성취시키고 또 그러한 발전의 방향을 결정지은 것은 일반민중들의 지속적인 투쟁이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