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피상적으로 관찰하기에는 한국 설화의 연구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 점검해 보면 그간의 연구는 한정된자료를 놓고 대체로 미시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그 지역출신 전공자에 의해 녹음기로 채록되고 구술 정리된 한국구비문학대계(이하 대계로 약칭 할 것임) 1차분이 완간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비설화 자료들을 총망라한 유형분류체계가 수립된 이 시점에서 설화유형을 크게 놓고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즉 상위유형별로 전체적인 자료의 양상과 의미를 파악하는 연구가 선행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상위유형 전체의 구도를 정확히 파악할 때, 유형별 성격도 확실해지고 그다음으로 부분의 문제, 즉 변이유형이나 특수한 유형의 성격도 확연히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도 효행설화 전체를 검토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일단 비슷한 성격이면서도 또다른 열녀설화를 먼저 정리하고, 이어서 그와는 좀 다른 방식이지만 효행설화 전체가 담고 있는 의미망에 접근하려는 것이다. 즉 한국사회에서 가장 전승력이 강했던 효행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을 주장하고 있으며, 어떤 조건이 이 이야기들을 매듭짓고 풀어가고 있는지, 효의 전반적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등을 밝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