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약 10년간 고대사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약진한 주제로 로마 가족연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서구의 주요 국가들의 대표적 학술지들 속에서 그 범주에 속하는 논문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며, 한편 저서, 편저서, 사료집 등도 10여권이 넘게 출간되고 있다. 그에 비해 그리스사 쪽에서는 가족사 연구가 아직 프로그램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로마 가족사의 이러한 현황은, 70년대 말 한 이탈리아 연구자가 그 동안 발표해 온 로마가족사 관련 논문들을 한데 묶어 출판하면서, 자신의 시도를 ‘광야의 외침’에 비유하던 분위기와 비교할 때, 분명 괄목할만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좀 성급한 시도가 될지 모르지만, 이 글은 몇 권의 최신작들을 요약하고 논평하는 가운데 간략하게나마 로마 가족사 연구현황의 몇 가지 주요한 측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