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이 행복을 기대하게 하면서도 사실상 행복을 방해할 때 그 낙관은 잔인한 것이 된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위기가 만연한 가운데서, 좋은 삶이라는 부르주아적 환상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음에도 강력한 견인력을 지니는 애착의 대상이며, 그렇기에 잔인한 낙관의 장면을 연출한다. 주체는 좋은 삶에 대한 애착이 삶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고 주체를 마모시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환상에 대한 애착이 일상의 평범한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그 애착을 버리기 어렵다. 이것이 로렌 벌랜트가 말하는 잔인한 낙관의 이중구속이다. 이 글은 벌랜트의 『잔인한 낙관』의 몇 가지 중심 개념들과 그 이후의 글들에 나타나는 벌랜트의 사유를 살펴보고, 그것들을 오늘 우리 사회의 위태로움과 그에서 파생하는 현상들을 읽는 해석의 도구로도 적용해 본다. 또한, 벌랜트의 저작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하는 데서 나아가, 벌랜트의 ‘측면적 행위성’ 개념을 주권적 주체성을 재사유하고 시민됨을 재교섭하는 통로로 상상하면서, 문학이 이 시대의 소수자적 장소인 문학을 측면적 행위성의 집단적 계발과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정동적 대항 정치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