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여성주의 문화 운동 단체 ‘또 하나의 문화’(또문)이 발간한 무크지 또 하나의 문화(1985~2003)와 그 실천 활동을 중심으로 상호의존적 관계에 기반한 대안 공동체를 상상했던 페미니스트의 돌봄—문화정치를 규명하고자 했다. 본고는 또문이 도모했던 글쓰기 운동과 어린이 캠프, 공동육아와 같은 문화 실험 속에서 ‘돌봄’이 문화정치로 태동하고 있었다고 보고, 그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추적하고자 했다. 1980년대의 초기 또문은 ‘다음 세대’를 위한 성평등 문화를 일상 속에서 이룩하고자 여성의 (재)생산 현장을 공론화하고 ‘살림’의 가치를 재인식하며 혈연가족주의를 넘어 공동체적 차원에서 돌봄을 사유하고자 했다. 계몽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주부는 대안 동화 운동과 어린이 캠프를 통해 학부모로 발견되며 점차 새로운 문화 정치적 주체로 거듭났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시도된 공동육아 운동은 돌봄 공동체를 위한 실천이었다. 그처럼 돌봄을 여성과 가정으로부터 탈각시키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정치로 전유하고자 한 또문은 1990년대부터 상호의존적 관계에 기반한 출판 생활 공동체가 되어가며 균열과 한계를 마주했다. ‘새로 쓰기’라는 자기 서사 기획을 내세운 또문은 상호돌봄에 기반한 여성들 간의 유대를 공고했을 뿐 아니라 문화적 주체로서의 청소년과도 연대하며 상호의존적 돌봄을 실천했다. 마을 공동체에 대한 상상으로도 연계되는 이러한 행보는 당사자성에 머물렀다는 혐의와 함께, 이성애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균열을 통해 오늘날의 또 하나의 문화‘들’은 출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