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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고부 갈등’에서 ‘고부 연대’로, 그 가능성의 모색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28
등록일
2022-08-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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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


얼마 전 셋째 조카의 백일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에서의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보려 한다.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고 부모님께서만 평택의 동생집을 다녀오셨다. 평소 고부 간 중재 역할을 자부해 온 내가 빠진 가족 모임이었기 때문에, 걱정 반 염려 반으로 어머니께 동생네에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넌지시 여쭈었다. 어머니께서는 손자의 성격에 대해서 며느리와 일치된 생각으로 성토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해 주셨다. 

태어난 지 갓 100일이 된 조카는 잘 놀다가도 한 번씩 떼를 쓰며 성질을 낸다고 한다. 올케는 어머니께 “성질부릴 때 보면 정말 딱 박 씨 피에요. 박 씨 피. 남편도 그렇고 박 씨들은 다 한 성질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박 씨들이 정말 한 성질한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성질부릴 때 보면 짜증난다. 네가 힘들겠다”라며 맞장구를 쳐주셨다는 것이다. ‘며느리와 대화 나누는 법’에 대한 특별한 학습을 받은 적 없었을 60대 중반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대답해주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느 시어머니처럼 자신은 남편 욕을 할 수 있지만 며느리는 자신의 아들과 손자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남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는 어머니 성격으로나, 다른 시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관성에 가까운 행동을 하실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놀라움이 컸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흔히 ‘고부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극복하기 어렵다는 ‘선이해’에 대한 전복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부장적 가족제도 구조적 문제와 연결

고부 갈등은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라고 하는 두 여성 개개인 사이의 갈등은 아닐 것이다. 고부 간의 갈등은 가부장적 가족제도라고 하는 구조적 문제와 상관성이 크다. 대부분 성씨 제도가 있는 국가는 남계의 혈통을 중심으로 하는 부계사회였다. 서양의 경우 결혼을 하면 아내가 남편 성씨로 바꾸는 것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혼인 후에도 부부가 서로 다른 성씨를 유지하고, 그 자녀의 경우 아버지의 성을 쓰도록 하였다. 타 가문에서 출가한 여성은 혼인을 통해 다른 성씨 가문의 가족의 일원이 되었지만 남아를 출산하여 혈통을 이을 경우에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그 지위가 인정되었다. 시아버지가 부재할 때 부계가족과 성씨가 다른 시어머니가 가장의 권위를 갖고 집안을 꾸려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또 타성의 며느리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시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不順父母] 모셔야 한다는 가족 담론의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 ‘며느리’는 언젠가 자신도 차지하게 될 불확실한 ‘시어머니 지위’를 미래 담보로 끊임없이 불평등을 존속시키는 구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데, ‘자신이 낳은 아들’은 그 필요조건으로서 가족 내에서 여성의 가치를 공고하게 하는 존재였다. 

여성들이 ‘자신이 낳은 아들’을 매개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도록 만든 사회구조는 비단 조선 후기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식민지 시기 가족 자체를 호로 파악하고 남성 연장자를 유일한 호주로 내세운 호적제도는 가부장제를 더욱 강화했고, 2008년 호적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영향을 미쳤다. 호적제도,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 유교의 가족 담론이 중심인 사회에서 가족 내 타성의 여성들은 언젠가 차지하게 될 ‘시어머니’라는 지위를 기대하며 ‘아들’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가족 내 여성들의 지위 획득과 계승은 세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신이 경험했던 대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어갔으므로 그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산업사회가 도래하고 개인의 성취와 평등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가족 내 부조리한 요소들이 사회 전면에 분출되었다. 2000년대 이후 대중문화에서는 이를 주요한 콘텐츠로 활용하였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1999~2009, 2011~2014)과 같은 드라마, ‘웰컴 투 시월드’(2012~2014)와 ‘속풀이쇼 동치미’(2012~)와 같은 토크쇼, ‘고부스캔들’(2013~2014)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2018~2019)와 같은 관찰 예능 등에서 고부 간의 갈등을 극적인 흥미 요소로 활용해 왔다. 여기에 한국인 며느리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며느리들과의 갈등을 다룬 ‘다문화 고부열전’(2013~2021)이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시어머니의 관점뿐만 아니라 며느리의 관점에서 접근한 웹드라마 ‘며느라기(2020, 2022), 다큐멘터리영화 ‘B급 며느리’(2018) 등도 제작되었다. 이러한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입장에서 고부 간의 갈등을 다루면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대중문화에서 고부 간의 갈등 요소를 전면에서 다룬 것은 가부장제의 상징이었던 호적제도의 폐지와 같은 제도적 변화와 개인의 평등과 자유의 신장이라는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가족 내 타성인 여성이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

앞서 어머니와 올케 사이의 대화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머니는 일명 ‘전통적 시어머니’와 다르게 며느리와의 대화에서 아들을 옹호하지 않았는데, 이는 조씨 성을 가진 어머니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박씨 성을 가진 아들과 동일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학력은 높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경제 및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남편, 딸, 아들, 며느리, 손자는 그들 각자의 삶이 있고, 자신은 자신의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개인의 성취를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신다. 58년생인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인의 삶에 내재시킨 이러한 가치관은 ‘지금 여기’에 서있는 많은 여성과 어머니들이 공유하고 확대해가는 인식의 변화와 같은 맥락 위에 서있다고 본다. 가족 내 타성인 여성들이(시어머니, 며느리, 동서, 아가씨) 가족 내 남성(아버지, 남동생, 조카)을 투과하여 다른 여성들을 보지 말고, 고유한 개인으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그들의 성취를 지지해준다면 가족 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고부 갈등’에서 ‘고부 연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미선(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기사내용 원문보기: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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