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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일자리 특성 따라 '워라밸' 격차 초래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925
등록일
2022-03-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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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 (20) 우리 삶 속 일과 생활의 균형 가능할까?

픽사베이 이미지.
픽사베이 이미지.

2022년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늦게나마 새해 계획을 세워보기 위해, 뒤늦게 2021년을 돌아보면서, “지난 한 해도 갈아 넣었다”라는 평가를 하게 된다. “갈아 넣었다”는 말은 몹시 힘을 들여 일했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한 속어인데, 거기 담긴 중요한 함축은 ‘번 아웃’(Burn Out)의 징후이다. 번 아웃은 정신적 에너지까지 모조리 소진되어 일상과 업무를 포함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무력해진 상태를 말한다.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워라밸’의 추구일 것이다. 워라밸은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워라밸이라는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2012년 대선 정국에 정치인 손학규가 제안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표어가 유행하면서 처음 대중적으로 주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개인의 삶에서 보존되어야 할 핵심가치로 적극 인정되는 동시에 가족정책과 노동정책 등 기존의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수용되고 있다.

광주 지역 일·생활 균형의 수준은?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 지역에서 워라밸의 수준은 어떨까? 고용노동부는 전국 17개 시도별 일과 생활의 균형 정도를 2017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작년 연말(2021년 12월 30일)에도 지역별 일·생활균형지수가 발표되었다. 일·생활균형지수는 일(근로시간, 초과근로시간, 휴가 기간, 유연근무제 도입률 등), 생활(남성 가사노동시간 비중, 여성 취업에 대한 견해, 가사분담에 대한 견해, 일과 가족생활 우선도, 여가 시간 등), 제도(여성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남성 육아휴직사용 사업장,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사업장, 초등돌봄교실 이용률 등), 지자체의 관심도(일·생활균형 조례 유무, 제도 홍보, 담당 조직 유무 등)등의 통계로부터 산출된다. 발표된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일·생활균형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62점)이었으며, 전국 평균은 53.4점이었다. 광주는 14위(48.5점)로 전국 광역시도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였다. 호남지역으로 보면 전남이 4위(57.4점), 전북이 15위(48점)를 차지하였다. 

세부 지표를 볼 때, 광주 지역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는 많지 않으며, 제도적으로도 여성친화적인 또는 가족친화적인 사업장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생활균형을 위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법제적 측면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표의 항목별 점수를 떠나, 일·생활 균형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인 삶의 가치와 패턴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일·생활 균형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거나 지역 내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정책 및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기존 일·생활 균형 정책의 한계도 있다. 정책 대상이 기혼 맞벌이 여성에게 맞춰져 있거나, 저출생 문제, 고용침체, 그리고 코로나 시기의 돌봄 공백과 위기 등 한국사회의 즉각적 의제에 맞춰 정책이 구성되거나 특정 대상에 맞춰진 정책들로 구성된 탓에 정책 자체의 한계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생활균형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는 지역의 정책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며, 일과 가족 돌봄, 개인 삶의 균형과 조화를 지원하고 그 가치를 확산하는 노력 역시 요구된다. 

‘일 생활 균형’의 출발점 : 노동조건의 현실

일·생활균형을 위한 지역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의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일·생활 균형이 반드시 추구되어야 한다면, 물리적 여건 이외에 어떤 전제에서 출발했을 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과 이해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에게 일 즉 노동이란 무엇일까? 일은 계층, 성별, 세대에 따라 접근방식이 매우 다르다. 여성 노동자 내에서도 중고령 취업 여성과 청년 여성에게 일의 의미, 일·생활 균형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예컨대, 중고령 여성들의 경우 재난 위기에서 고용위기에 처하기 쉬운 노동조건 속에 있다. 노동 불안정성과 더불어 낮은 처우 등은 노동시장의 근본적 문제 속에서 ‘일·생활균형’ 논의 혹은 개선은 어느 정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런 점에서 초고령사회에서 일·생활균형의 방점은 ‘일자리 제공’에 찍힐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사례들도 있다. 비정규직으로 포괄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 가족형 무급노동종사자, 비임금 근로자들은 일·생활균형 제도와 정책에 접근하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에서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해당되어 있는 일터의 조건도 떠올려 보자. 영세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특히 여성들에 집중된 직종의 경우 노동의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 경우 여성들의 낮은 삶의 질의 문제, 돌봄 공백의 문제는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과 분리되지 않은 가정 내 노동(가사노동)의 조건은 개선은커녕 사회적으로 노동으로 인식되기조차 어렵다. 이 경우 장시간 노동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내의 성별 분업이 더 문제적이게 된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확산 과정 속에서 가사서비스, 요양보호사, 방과후 교사, 학원 강사 등 프리랜서에 가까운 웹기반형 노동자들에게 일·생활균형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과 사례는 일자리의 특성에 따라 일·생활균형의 차이 및 격차가 초래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것은 기존의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혹은 임금노동의 관점에서 일·생활균형을 접근했을 때의 한계들을 드러낸다. 일이 성별, 연령별, 계층별로 다르게 접근되고, 인식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 접근하는 방식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일·생활균형에 대한 종래의 관점을 되돌아보고, 여전히 20세기적 산업사회 모델에 고착되어 있는 협소한 노동관을 변혁해야 한다. 

가족 구성 및 관계 다양성 속 일·생활균형의 인식 전환

흔히들 말하는 워라밸을 위해 청년들은 취직 및 이직에 열중하고, 이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을 변형해간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있어 워라밸은 미래를 위해 계속 혹은 한동안 유예시켜야 하는 것이며, 워라밸이 가능한 직종(대표적으로 공무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의 특성과 이처럼 밀접하게 워라밸이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청년들의 생활, 문화적 특성 역시 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에게 워라밸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이들의 여가와 문화를 살펴본다면, 가족은 일단 괄호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청년세대들에게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과 가족구성 및 관계의 다양성 속에서 사회적으로 제시된 가치 및 인식과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 자녀 양육 및 가족 돌봄을 괄호친다면, 개개인이 워라밸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해도, 그런 삶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의 영역, 상호의존적이고 이타적 삶의 영역과 연결될 수 있을까? 청년세대에게도 워라밸은 성평등 사회정책의 도구이자 가치로 작동할 수 있을까? 개인에게 워라밸의 양태와 그에 따른 삶의 질에 노동시장의 구조까지 더해져 있다는 점에서 일·생활균형은 단지 개인의 가치관이나 관점의 차이로 이해되거나 전환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경력단절 여성, 맞벌이 가정 여성 이외에도 1인 가구. 비혼, 다양한 가구형태, 다양한 사유로 인한 비취업자, 여성고령자 등을 고려하는 ‘일·생활균형’ 모델에 대한 탐색이 요구되며, 이에 대한 새로운 돌봄과 노동의 모델, ‘생활’영역에 대한 다차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삶을 둘러싼 노동 전반의 패러다임, 그리고 생활의 균형에서의 타자와의 관계와 연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만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추주희(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이 글은 2021년 광주여성가족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제17차 광주여성가족 정책포럼 “재단 10년, 지역여성 일과 생활을 그리다”에서의 토론에 기초해 있음을 밝힌다.



기사내용 원문보기;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2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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