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하단정보 바로가기
전체메뉴보기

전체메뉴보기

전체메뉴닫기
소식

언론에 비친 사업단

  • 홈
  • 소식
  • 언론에 비친 사업단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구글 플러스 공유하기
  • 카카오 스토리 공유하기

[광주드림]대면적 관계 막히면 삶의 의미도 사라져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941
등록일
2022-01-18 13:44
SNS 공유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구글 플러스 공유하기 카카오 스토리 공유하기

[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 (18) 적당한 관계의 거리는?

픽사베이 이미지.
픽사베이 이미지

 [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 (18) 적당한 관계의 거리는?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방역 정책으로 사회적 고통과 우울감도 누적되고 있다. 뉴노멀, 포스트코로나, 금스크, 집콕족, 확찐자, 코로나블루, 멘탈데믹, 이시국여행 등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코로나 관련 신조어들은 크게 달라진 일상생활을 반영한다.

 코로나와 함께 지나온 2년을 회상해보니 코로나(Corona)의 C를 본 따 새로운 BC(코로나 이전, Before Corona)와 AC(코로나 이후, After Corona)를 나눠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맨 처음 내려진 조치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였다.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 접촉 가능성을 감소시켜 전염병을 예방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 또는 ‘안전한 거리두기’(safe distancing)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변화된 생활수칙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러니까 비대면·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가 표준으로 여겨지고, 대면과 접촉이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화상회의나 온라인 소통으로 학업과 업무가 편리해졌고, 인간관계에서 쓸데없이 소모하는 감정에서 해방된 것 같다. 마스크 안에 숨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야 할 때다. 독일의 현상학자 알프레드 슈츠(1899-1959)에 따르면 우리 관계는 대면적인(face-to-face) 관계, 즉 상대방의 신체의 움직임이나 표정을 동시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등의 기저적인 관계가 핵을 이룬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호적으로 파장을 아우르는 관계”가 의사소통의 기반이 되며, 직접적인 상호행위가 모든 경험의 주요한 원형이 된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대면적인 관계가 사라지면,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부여하는 파장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확률이 크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서 예전보다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무력감과 우울감이 반비례로 커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혼자만의 여유? 무력감·우울감 커져

 사람 사이에 관계를 어떤 정도로 유지해야 할까? 적당한 관계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코로나가 끝나면 나는 다시 예전처럼 사람을 만나고 상대할 수 있을까? 새해에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대면과 비대면, 만남과 멈춤, 자유와 권태 사이를 지혜롭게 조율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공간인 ‘영토’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영토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자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관계망을 뜻한다. 영토 안에서는 4가지 유형으로 관계를 형성한다.

 첫 번째 유형은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에서 만나는 관계다. ① 밀접한 거리는 보통 18인치(45cm) 이내로 몸통이나 손발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손을 뻗으면 신체 어느 부위든지 쉽게 접촉이 가능하며 또한 자극할 수 있다.

 밀접한 거리에서는 상대의 존재가 확연해지고 체온, 숨소리와 냄새 등 크게 증가하는 감각 입력 때문에 압도될 수 있다. 독특한 체취, 푸념이나 신음소리처럼 고유하고 개별적인 특성이 전달된다. 이런 거리에서는 “신체적 접촉이나 뒤엉킴의 가능성이 최대한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사랑을 나누고, 맞붙어 싸우고, 위로해주고, 보호해주는 등의 행위가 일어”난다(홀, 2017).

 ② 개인적 거리는 개체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리로 4피트(1m 20cm) 이내이다. 개인적 거리를 취할 때는 서로 접촉을 하지 않고 긴밀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개인적 거리의 중요한 기능은 공격성을 완화시키고 규제하는 것이다.

 개인적 거리두기를 할 때 각 개체들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사회적 지위와 조직구조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즉 얼마나 개인적인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가는 관계에 대한 지배력의 차이를 보여준다.(홀, 2017)

 ③ 사회적 거리는 자기가 속한 무리나 집단과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리다. 12피트(3m 60cm) 이내에서 일어나는 사교적 모임이나 회사생활에서 업무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에 홀은 사회적 거리를 심리적인 거리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새끼를 돌보는 어미는 새끼가 무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팔을 뻗어 새끼를 끌어당긴다. 이런 동물의 행동에서 사회적 거리는 어미의 손이 뻗치는 데까지인 것이다. 수천 피트로 하늘을 나는 새가 거칠게 끽끽대는 소리로 무리의 대열을 조절한다면, 이때 사회적 거리는 상당히 멀리 형성될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 거리는 전화, 인터넷 등으로 연장되어 있어서 국제적 거리를 둔 집단의 행동까지 통합할 수 있을 만큼 멀어질 수 있다.

 ④ 공적 거리는 유명인이나 고위직 공무원처럼 공적으로 중요한 인물 주변에 형성된 거리로 25피트(7.62m) 이상 떨어진다. 공식석상에서 집단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 할 때는 목소리의 미묘한 음조가 상실되면서 과장된다. 이런 거리에서는 개인의 세밀한 특징들이 흐려지고 인간미나 취향 등은 식별 불가능해진다.

 사람 만나고 소통 감각 새롭게 ‘뉴노멀’ 준비

 위 네 가지 관계의 유형은 나의 안전한 영토를 위해 모두 필요하다. 이 유형들은 실제 생활에서 파편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거나 교차하고,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단축, 압축되거나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삶은 중요한 인간관계 몇 개로 단순화될 수 없으며,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 거리가 멀고 가깝게 조정되면서 만들어지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수행의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의 망을 네 가지 유형에 대입해본다면, 각자 처한 상황과 현실 맥락에 따라 어떻게 감정에너지를 배분하며 삶을 운영해야할지 생각해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감각을 새롭게 연습하면서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

 류도향(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기사내용 원문보기: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2431
이전글
조상의 무덤·비석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다음글
아이들이 놀 자유를 허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