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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우리 시대의 위기, 돌봄으로 맞서자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33
등록일
2023-11-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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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돌봄’과 ‘난잡한 돌봄’ 모델

인간과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

기후 위기, 코로나 팬데믹, 전쟁과 난민으로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과 비인간은 위기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오로지 이윤과 성장, 경쟁만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는 이러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모든 생활 영역이 시장 논리에 물들어감에 따라 일상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나아가 많은 경제학자와 환경학자들은 끝없는 경제 성장과 환경 파괴가 지구를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례 없는 규모의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글로벌 신자유주의 경제 속에서 많은 인간과 비인간은 살 수 없는 삶(unlivable life)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위기를 돌봄의 위기라고 지칭해도 좋을 것이다. 돌봄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만성질환자나 암 환자를 보살피는 요양 보호사의 활동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돌봄(care)을 보다 큰 범위에서 정의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학자 조안 트론토는 누군가를 신체적으로 직접 돌보는 행위를 ‘대인돌봄’(caring for)이라 정의하고, 누군가의 안위를 염려하며 마음을 쓰는 것을 ‘정신적 돌봄’(caring about)이라 하여 구별했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이념과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정치적 돌봄’(caring with)으로 구분했다. 이처럼 돌봄을 삼중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확장하여 이해하면, 우리 시대의 위기가 돌봄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더 케어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연구단체는 ‘돌봄 선언’이라는 책을 통해 세 가지 의미의 돌봄을 모두 아우르며, 오랫동안 무시되고 거부돼왔던 돌봄이라는 개념을 구성 원칙으로 삼아 세상을 변혁하고자 하는 대담한 기획을 펼친다.

 이들의 비전은 ‘보편적 돌봄’ 모델과 ‘난잡한 돌봄’의 윤리라는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보편적 돌봄 모델이란, 돌봄을 삶의 모든 수준에서 우선시하고 중심에 놓는 사회적 이상을 말한다. 돌봄이 우리의 가정뿐 아니라 친족과 공동체, 국가, 지구 전체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우선시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가족과 친족을 대신할 수 있는 친밀함과 돌봄의 네트워크를 관계의 기초 단위로 삼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돌봄을 개인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시장에 맡겨왔다.

 ‘난잡한 돌봄’의 윤리는 차별 없이 실험적이고 확장적인 방식으로 서로 다른 존재를 돌보고 돌봄 받는 관계들에 집중한다.

 이때 친족은 혈연이나 가족에 국한되지 않고, 구성원 간의 동질성에 기반하지 않으며, 차이를 넘어 우리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땅, 물, 동물들로까지 확장된다.

 인간과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난잡한 돌봄은 가장 가까운 관계부터 가장 먼 관계까지 돌봄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증식해가는 윤리 원칙이다.

 애초에 ‘난잡한 돌봄’이라는 개념은 에이즈 위기 당시 게이 인권을 위해 활동한 더글러스 크림프의 에세이에서 따왔다. 크림프는 게이들의 ‘난잡함’을 서로의 안위를 살피고 건강을 지키며 친밀감을 나누는 다양한 실험적 관계 맺기의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단어에 담긴 함의를 도덕적 해이가 아닌 안전한 쾌락과 돌보는 행위로 바꾸었다. 이처럼 ‘난잡한 돌봄’은 배타적 관계맺음을 넘어 돌봄을 통한 관계 맺기를 강조하며, 퀴어-페미니즘-반인종차별주의-생태사회주의의 정치적 비전과 연결된다. 현 시대 우리가 맞닥뜨린 생태 위기, 돌봄의 위기는 이러한 보편적 돌봄 모델과 난잡한 돌봄의 윤리를 되새길 때 타파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지 않을까.

 한우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


기사내용 원문보기: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3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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