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하단정보 바로가기
전체메뉴보기

전체메뉴보기

전체메뉴닫기
소식

언론에 비친 사업단

  • 홈
  • 소식
  • 언론에 비친 사업단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구글 플러스 공유하기
  • 카카오 스토리 공유하기

[광주드림]오늘날 고향은 어떤 의미인가?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96
등록일
2023-10-10 09:27
SNS 공유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구글 플러스 공유하기 카카오 스토리 공유하기

[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아파트 단지’가 나의 살던 고향인 시대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사진=전남도
명절 고향가는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전남도 제공.

지난해 ‘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을 연재한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 가족커뮤니티 사업단 교수진이 올해 다시 칼럼을 이어갑니다. 본란은 넓은 범위에서 가족과 커뮤니티에 대한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성찰을 시도합니다. 사업단은 ‘초개인화 시대, 통합과 소통을 위한 가족커뮤니티인문학’이라는 주제 아래 인문학적 성찰과 상상을 바탕으로 열린 가족, 신뢰와 조화의 공동체 문화를 연구·확산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추석 명절 연휴를 보냈다. 올해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무려 엿새라는 긴 연휴가 완성되었다. 연휴 첫날 도로는 어디론가 떠나는 차들로 가득하다. 예전 서울-광주가 10~20시간이 넘게 걸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오늘의 길막힘은 그 정도가 덜하지만, 그렇다고 교통체증이 없을 순 없다.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 많은 사람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미디어에서는 명절 이동 차량과 사람을 으레 귀향객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고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명절에 귀향을 포기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것이었다. 직업 특수성으로 인해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 혹은 귀향/귀성 차표를 구하지 못하는 등의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 등이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자의적으로 귀향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3일 이상 연휴라는 천금같은 기회를 고향에서 차례 지내는 것보다 가족이나 개인 여행에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 무렵부터 명절에 차례 대신 여행가는 신풍속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명절 모습을 전하는 리포터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다음으로 자주 가는 곳 가운데 하나가 공항인 것에서 변화하는 세태를 읽을 수 있다.

 쇠퇴하는 고향 관념 ‘귀향 풍속도’ 달라져

 여행보다 귀향을 포기하는 더 큰 이유는 휴식이라고 한다.

 귀향/귀성 이동 과정과 귀향하면 기다리고 있는 가사노동 등은 가뜩이나 힘든 심신을 더 피곤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휴 동안 집에서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명절증후군이라고 하여 여성들의 ’독박 가사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연휴 기간 휴식하기를 선호한다. 연휴 동안 그동안 일하며 쌓인 피로를 풀기는커녕, 연휴 기간 귀향-귀성에 에너지를 쏟고 쉬지 못하는 바람에 더 피곤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도 명절 귀향 풍속의 변화를 촉진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모이지 않고, 또 모여도 같이 취식하지 않거나, 가급적 모임 시간을 줄이는 것이 여러 차례 이어지다 보니, 단출하게 모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명절이면 마땅히 사촌에 팔촌까지 모여 인사하고 차례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세대에게 이러한 변화가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쇠퇴하는 명절의 의미를 강화하고 민족 전통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 그리고 고향의 의미가 점차 쇠퇴하는 것을 전통을 지키자는 몇 마디 말로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이러한 새로운 추세는 단순히 워라벨(일-생활의 균형; WORK-LIFE BALANCE)을 중시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원초적인 이유도 있다. 바로 찾아가고 싶은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고향의 의미를 찾아보니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부모·부모가 대를 이어 살아온 곳에서 자신도 태어나 자라고, 친족 및 친구들과 많은 추억이 쌓여 있어 늘 그립고 정든 곳‘. 아름다운 서정시나 멋진 노래 가사에서나 봤음 직한 감성적인 내용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고향의 정의에 동의할까? 젊은 세대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인지, 강의 중 대학생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버지의 고향, 내가 태어난 곳 등 여러 답이 나오는데, 곱씹어볼 만한 답도 많다.

 자신이 태어난 행정구역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이 곧 자기의 고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학생도 있다. 왜냐하면 태어난 곳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원수는 ‘고향의 봄’에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노래하였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저 ‘나의 살던 고향은 아파트 단지’, 혹은 ‘재건축으로 사라지고 없는 곳’일 뿐이다.

 전통적 혈연가구서 비친족가구로 변화도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녔다는 어떤 학생은 굳이 고향을 정해야 한다면 아직도 친구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동네를 고향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이 한두 명은 아니었다.

 이는 우리 시대 주거 형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격년 단위로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인이 한 곳에 거주하는 기간은 평균 7.5년이었다. 앞선 2017년 조사에서는 국민 평균 한집 거주 기간이 7.7년이었으니, 4년 사이에 0.2년이나 짧아진 것이다. 지역별로 거주 기간에 차이가 있었는데 수도권은 6.0년, 광역시 등 대도시는 7.4년, 도 지역은 9.7년에 한 번꼴로 이사를 하였다. 자가 소유가구는 10.5년이었고, 임차 가구는 3.0년이었다. 대도시에 거주하며 자가 주택을 갖지 못한 젊은 세대일수록 자주 이사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자녀는 고향에 대한 관념을 갖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고향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가족이나 친족의 중요도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가족 대신 친구가 고향의 의미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가듯, 가구의 구성 역시 혈연 가구에서 점차 비친족 가구로 변화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가족이 아닌 친구·연인끼리 사는 가구 구성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하나의 광역시를 이룰 정도의 인구가 ‘맘이 통하는 친구’로만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가구라는 사실은 전통적인 가족·친족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필자도 얼마 전부터 고향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였다. 사실 나의 고향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내 아이들이 커서 어디를 고향이라고 생각할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내 아이들은 커서 어디를 고향이라 할까? 아니 이 아이들이 컸을 때도 고향이라는 단어가 살아있기는 할까?

 연휴 첫날. 필자는 또다시 이사한다. 이제 9살이 된 첫째는 벌써 세 번째 이사이다. 일찍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 들어가 학교-학원-집을 빙빙 쳇바퀴 돌 듯 돌아다니는 불쌍한 세대. 집 밖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놀이터에서 놀다 시끄럽다고 쫓겨나는가 하면, 동네 식당에서는 노키즈라고 거부당하는 시대에 부모가 살던 곳이며 자신이 태어난 곳이니 고향이라 생각하고 그곳을 마냥 사랑하라고 말하기에는 차마 면이 서지 않는다.

 조상현(인문학 연구원 HK연구교수)

기사내용 원문보기: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34006
이전글
‘광주’ 영화·문학으로 재조명 시립도서관, 10-12월 총 16회 인문학 강좌
다음글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시/책/영화 등 '인문주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