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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내가 만든 사이버 세상에 재산 기부한다면…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91
등록일
2023-03-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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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커뮤니티의 풍경들] 미래에 등장할 다양한 가족 형태



픽사베이 이미지.
픽사베이 이미지.


2020년 초, 코로나19가 설 명절을 덮친 이후 무려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없는 명절을 다시 맞이하였다. 올 추석에는 작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방역의 이유로 맘 놓고 가지 못했던 고향으로 이동하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필자 역시 3년 여 만에 3대(代)가 한자리에 모여 식사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새롭게 태어난 가족을 기록하기 위해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3남매가 장성하여 각기 3남매씩을 낳다보니 17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으로 사진이 가득 찼다. 

문득 1980년대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하나만 낳자’로 가족계획 구호가 변하던 때였다. 간혹 학교에서 자기 가족 소개를 할 때면 필자처럼 셋째이거나, 혹은 4~5명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2명 이하인 친구들에게 ‘넌 국가의 지시를 어긴 비정상 가족의 구성원이다’는 식의 장난스런 놀림을 받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사이좋게 3명씩 낳은 우리 3남매는 저출산으로 비상이 걸린 대한민국에 다자녀로 애국하는 ‘바람직한 가족’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렇듯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하기 마련이다. 

정상 가족? 비정상 가족?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상 가족은 국가가 만든 법과 제도 속에서 남녀가 결혼을 하고, 결혼 생활 중에 부모의 피를 이어 받은 새 생명이 태어난 만들어진 혈연 공동체이다. 그 혈연을 국가에서 호적이나 주민등록초본 같은 일종의 양식을 통해 증명한 것을 오늘날 가족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가족 구성에 부족함이 발견된다거나,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비정상 가족으로 여긴다. 만약 남녀가 아닌 동성 간의 사랑이라던가, 결혼하지 않고 사는 비혼이나 동거 생활로 만들어진 비혈연 공동체는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혈연관계에 의한 정상적인 가족 구성을 갖췄음에도 현재 그 가족 구성의 부족함을 빌미로 비정상 가족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일찍 돌아가시면 ‘한부모’ 가족, 부모가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셔서 조부모 집에서 자라면 ‘조손’ 가족, 아이들이 직접 가장의 노릇을 해야 하면 ‘소년소녀가장’ 가족, 부모 가운데 한 명의 국적이 다르면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그들을 정상 가족과 차별화하였다. 

부부 사이 불신이 싹트면 이혼 등의 방법으로 법적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와 달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정상적인 혈연 가족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그 내부는 곪아터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모와 자식 세대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자식 세대와 접하는 정보가 상이해지고, 특정 정보의 일방적 유입으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 대화가 단절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부모 세대가 보기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자식 세대와 달리 휴대폰 속 단체 채팅방과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자신에게 공감해주기 때문에 가족보다 더 많은 교류가 일어나고 매우 강한 결속력을 보인다. 이번 명절을 앞두고 가족이 만나 절대로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세대 불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 집에 살지만 전혀 소통하지 못하는 가족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음에도 가족보다 더 신뢰하는 온라인 회원. 이 가운데 함께 살고 싶은 존재가 누구일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전통적 관념, 제도적 관념. 국가가 만든 틀 안에서의 가족이라는 관념을 모두 해체시켜놓고 보았을 때, 미래의 가족은 서로 공감하는 대상과의 커뮤니티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더 이상 혼인과 혈연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그것이 곧 ‘가족’이라는 것에 70%가 동의했다고 한다. 가족의 관념이 혈연에서 관계 중심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관계로까지 가족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이미 1인 가족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이나 로봇 등이 인간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인의 옆에 가만히 앉아 온갖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며 주인에게 사랑과 복종을 바치는 반려동물이 잔소리 보따리를 늘어놓는 인간보다 훨씬 정감 있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인간 모습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온갖 집안일을 돕고, 인공지능 로봇개가 진짜 개처럼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것도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로봇이나 동물이 가족보다 더 사랑스럽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반려동물에게 거액의 재산을 상속했다는 해외 토픽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과 독일은 동물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민법 조항을 바꿔 반려동물을 가족의 범위에 추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현실을 벗어난 사이버 세상에서의 가족 결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싸이월드를 통해 전 세계 친구들과 일촌이라는 관계망을 결성했던 경험이 있다. 그 당시는 홈페이지를 서로 방문하는 수준의 단순 교류였다면, 이제는 가상세계에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만들어놓고 사이버에서만 생활하는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올 초 일본에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에 대한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바타와 현실의 내가 곧 동일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동물 상속권의 문제는 실제 사례가 몇 건 나오면서 많이 회자되었지만, 만약 자신의 반려 로봇에게 재산을 상속시킨다는 유언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혹은 내가 만든 사이버 세상에 내 전재산을 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메타버스 세상에서 평생을 결혼 생활한 사람이 가상 세계에서 이혼하면서 위자료를 요구하면 어쩌지? 이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률이 시대의 변화보다 앞서가기 어렵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발맞추지 못하고 오히려 변화를 방해하고 거부하는 쪽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이미 현실이 된 변화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상현(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기사내용 원문보기: http://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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